21개월 만에 LPGA투어에서 우승한 리디아 고는 지난 겨울, 해가 뜨면 연습장, 해가 지면 헬스클럽에만 머물렀다. [AP=연합뉴스]
리디아 고(21)가 1년 9개월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스윙 코치를 맡고 있는 재미교포 테드 오(42·한국이름 오태근)와 전화통화를 했다.
10대에 벌써 LPGA 투어 14승 거둬
1야드 단위로 잘라 한 샷 한 샷 연습
가장 먼저 연습 나간 우즈 연상시켜
노력형 천재가 어려울 때 능력 발휘
테드 오는 “리디아를 천재 골프소녀라고 생각했다. 옛날식 강훈련보다는 비디오 등을 통한 과학적인 훈련을 선호할 줄 알았다.
그러나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리디아보다 열심히 하는 선수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테드 오에 따르면 리디아 고는 새벽에 일어나 해가 질 때까지 9시간 동안 연습장에 머물다 해가 지면 헬스클럽에서 몸을 만들었다.
시간만 투자한 것은 아니다. 테드 오는 “리디아 고처럼 하루 종일 운동하는 선수는 꽤 있다.
연습을 많이 하는 선수 중에는 ‘오늘 하루 1000개 쳤다’ ‘4시간 동안 퍼트 훈련만 했다’는 식으로 남에게 보여주려고,
그냥 시간을 때우려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리디아처럼 한 샷 한 샷에 온 정성을 기울여 집중하는 선수는 본 적이 없다.
대충 50야드 거리의 샷이 아니라 1야드 단위로 잘라서 세심하게 연습한다”고 말했다.
테드 오는 어릴 적 자신이 겪은 타이거 우즈의 일화도 예로 들었다.
주니어 시절 대회 도중 비가 많이 내리자 다들 클럽을 내려놓고 쉬었다.
그런데 해가 나오자마자 부리나케 나가 가장 먼저 연습을 하는 선수가 바로 우즈였다고 했다.
노력이 타이거 우즈나 리디아 고 같은 선수를 만든다는 말이다.
기자는 노력과 성적이 정비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재능이 없다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리디아처럼 15세에 LPGA투어에서 우승을 하고 만 20세 전에 14승을 하기는 어렵다.
밤을 새워 연구하는 바둑기사가 많지만 다 이세돌이 되지는 못한다.
리디아 고는 메디힐 챔피언십 막판 어려운 상황에서 뛰어난 샷을 날렸다. 역전당한 18번 홀과 연장전에서는 완벽에 가까웠다.
긴장된 상황에서 오히려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선수는 흔치 않다.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2015년 호주 오픈에 출전하지 않았다.
대회장인 로열 멜버른의 그린이 딱딱하고 튀어서 잘 친 샷도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베테랑도 포기한 골프장에서 18세의 리디아 고가 우승했다. 천부적인 능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다.